전기학 기반 ‘옴의 법칙’ 190년만에 한국인이 깼다
옴의 법칙에 위배되는 물질이 190년 만에 나왔다. 국내 연구진이 특정 금속에서 ‘옴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현상을 처음으로 발견했다.
김지훈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팀은 김헌정 대구대 교수와 공동으로 ‘바일 금속(BiSb)’ 표면에서 나타나는 독특한 전자의 움직임은 옴의 법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임을 규명해 ‘네이처 머티리얼스’ 8월 14일자에 발표했다.
김지훈 교수는 “190년간 깨지지 않은 법칙에 이의를 제기할 물질이 나타난 것이다. 교과서의 내용을 바꿀 만한 놀라운 발견”이라고 말했다.
전기 회로에서 전지의 전압이 달라지면 같은 전구라도 밝기가 달라진다. 또 전압이 같더라도 전구의 저항에 따라 밝기가 달라진다. 이는 전압은 전류가 흐르도록 도와주고, 저항은 전류의 흐름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전압, 전류, 저항 사이의 관계를 설명하는 법칙이 옴의 법칙이다.
1827년 처음 발표된 옴의 법칙은 전압, 전류, 저항 사이의 관계를 설명하는 법칙이다. 금속 안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던 전자는 전압이 걸리면 일정한 방향으로 움직인다. 모든 금속 내부에는 불순물이 있는데, 이 불순물 때문에 전자의 흐름(전류)이 방해를 받는 것이 저항이다. 전압이 강할수록 전자가 불순물의 방해를 이겨내고 더 잘 나아간다는 현상을 설명하는 것이 옴의 법칙이다.
바일 금속의 표면에도 불순물이 있다. 하지만 전자가 이동하는 양상은 보통 금속과 다르다. 바일 금속은 전압을 걸어주면 내부에 전자가 이동하는 통로가 형성된다. 전자는 이 통로로 불순물에 부딪치지 않고 이동한다. 통로 내부에선 저항을 받지 않고 전류가 흐른다는 의미다. 전압, 전류, 저항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모두 있을 때 성립하는 옴의 법칙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현상이다. 김 교수는 “바일 금속처럼 옴의 법칙에 위배되는 더 다양한 물질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바일 금속의 특성은 향후 에너지 손실이 거의 없는 반도체 기기를 개발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대부분의 전자는 자기장의 방향에 따라 움직이지만, 일부 전자는 금속 내부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닌다. 바일 금속에서도 통로 외부의 전자는 불순물이 있는 내부 공간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미량의 저항은 있다. 향후 연구를 거듭하면 모든 전자가 통로를 통해 움직여 저항을 전혀 받지 않고 전류가 흐르는 소자를 만들 수 있다.
옴의 법칙은 예외도 많다
대부분의 물질은 옴의 법칙을 따른다. 하지만 어떤 경우는 전류와 저항에 의한 열효과 등으로 물성이 바뀌고 그 결과로 저항의 값 자체가 바뀔 수도 있다. 또한 P-N 다이오드(diode)와 같은 반도체 계에서도 옴의 법칙이 성립하지 않는다. 최근엔 폭이 나노미터(10-9m) 정도로 아주 좁은 나노선(nanowire)을 통한 전자의 수송도 많이 연구되고 있다. 이때는 온도가 아주 낮고 도선이 매우 깨끗하더라도, 전자의 파동 성질로 인해 없앨 수 없는 근원적인 전기 저항이 생긴다. 역시 이때도 옴의 법칙이 성립하지 않는다
옴의 법칙도 처음부터 인정받은 것은 아니다
옴의 법칙은 수학적으로 유도된 것이 아니라, 옴의 지난한 노력으로 이루어진 실험의 결과물들을 종합한 것이지만, 그의 당시(1825-1826) 실험 노트를 보면 여러 가지 이론적인 고려들이 실험에 큰 기여를 한 것을 알 수 있다. 옴의 연구 성과들은 당대에는 많은 공격을 받았는데, 특히 헤겔(Georg W. F. Hegel, 1770-1831)의 특별한 관심 아래 비슷한 주제에 대해 독자적 연구를 하던 자연 철학자 폴(Georg F. Pohl, 1788-1849)의 비난이 거셌다. 그는 옴의 연구가 '전기 회로의 본질'을 놓치고 있다고 비판하였다. 또한 당시 독일의 교육부 장관은 옴을 향해 “그런 사론(邪論)을 퍼뜨리고 다니는 교수는 과학을 가르칠 자격이 없다.” 고 비난할 정도였다. 그러나 옴의 법칙은 1831년 페흐너(Gustav T. Fechner, 1801-1887)의 매우 정밀한 검증 실험에 의해 신뢰를 얻기 시작했고 이후의 여러 실험들에 의해 확인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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